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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산자 이야기

“36년 저온압착 기술로 만든 고소함을 담았어요”

2023-08-31 10:41:42.0 juhyun22

“36년 저온압착 기술로 만든 고소함을 담았어요”

참기름, 들기름 생산지 살림농산

 

                                                 살림농산 김미숙 부장

 

 

국산 저온압착 참기름 생산지 ‘살림농산’ 

우리나라의 많은 음식에 빠질 수 없는 마지막 화룡점정, 독특한 맛과 향을 가진 참기름, 들기름은 적은 양으로도 음식의 향과 풍미를 확 살아나게 하니 존재감이 남다른 식재료다. 나물, 볶음, 찜, 비빔밥, 양념장 등 각종 음식에 들어가 입맛을 돋 우는 역할을 톡톡히 한다. 우리가 구입할 수 있는 참기름은 동네 방앗간에서 짠 참기름부터 대기업에서 유통하는 참기름까지 다양하다. 하지만 맛에는 분명한 차이가 있다. 원산지와 기름을 압착하는 생산방식의 차이 때문이다. 100% 국산 참깨, 저온 압착으로 믿을 수 있는 참기름을 생산하는 살림농산(강원도 원주)을 찾아갔다.

 

36년을 이어온 참기름, 들기름 생산

지난 1987년, 기름공장을 설립하고 참기름, 들기름 생산을 시작했다. 당시 우리나라 생협운동의 시초지였던 강원도 원주에서 농촌과 생명을 살리는 활동에 뜻을 모은 사람들이 모여 건강하고 안전한 먹거리 생산을 고민했다. 우리 밥상에 오르는 먹거리 중 최소한 이 3가지만은 제대로 생산해 보자고 의기투합 했다. 첫째는 농약을 사용하지 않은 쌀, 둘째 생명이 살아있는 유정란, 그리고 마지막으로 믿고 먹을 수 있는 참기름이었다.

 

부자지간에도 속인다는 참기름, 진짜 참기름을 생산하자

참기름, 들기름을 취급하기로 뜻을 모은 데는 이유가 있었다. 참기름은 예로부터 값비싼 식재료였다. 재배가 어려운데다 수확량도 많지 않은 작물이고, 참깨 한말(6kg)을 짜면 참기름 6~7병이 나오는 게 고작이었다. 이 때문에 시중에는 가짜 참기름이 넘쳐났고, 참기름은 부자지간에도 속인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불신이 팽배해 있었다. 오늘날에도 옥수수유나 유채유를 섞은 가짜 참기름 적발 뉴스를 종종 볼 수 있는 실정이다.

 

▲들깨밭(강원도 원주)

 

오로지 국산 참깨, 들깨 원료만 사용

현재 우리나라 참깨 자급률은 불과 약 15%, 대부분 수입에 의존하고 있지만 살림농산은 100% 국산만을 사용한다. 1년 동안 사용되는 참깨와 들깨는 모두 110톤에서 120톤 가량으로 각 지역의 개별 생산자와 작목반, 영농조합법인을 통해 공급받는다. 
살림농산 김미숙 총무부장은 말한다. “살림농산이 국산만을 고집하는 이유는 우리 가족이 먹는 소중한 한 끼에 풍미를 더하는 참기름과 들기름만큼은 믿고 먹을 수 있는 곡물로 만들고 싶은 마음 때문이에요.” 
모든 원료는 잔류농약 검사와 우리나라의 단 하나뿐인 원산지 검사기관인 농협식품연구소의 검사를 거쳐 국산 참깨, 들깨로 확인된 것들만 들여온다. 현재 살림농산에서 행복중심생협에 공급하는 생활재는 5가지다. 참기름, 들기름, 생들기름, 고추씨기름, 볶은참깨다. 모두 국산 원료로만 만든 건강한 먹거리다. 살림농산의 기름류는 주로 생협과 원주 지역의 초·중·고 학교 급식, 로컬푸드 매장, 그리고 친환경 먹거리를 생산하는 가공식품회사에 공급하고 있다.

 

생산 방식의 차이가 좋은 기름을 만든다.

좋은 기름의 비결은 첫째 좋은 원료다. 잔류농약 검사와 원산지 검사는 물론이고 수분율 10% 이하, 검블을 가려내는 육안검사, 석발기를 거쳐 모래나 돌도 철저하게 골라낸 후 가공과정에 들어간다. 좋은 기름의 비결 두 번째는 세척이다. 수돗물로 3~4회 맑은 물이 나올 때까지 깨를 깨끗하게 씻는다. 매달 물값으로 많은 비용이 들지만 당연하고 중요한 과정이기에 비용보다는 세척관리에 더 역점을 둔다. 

 

믿음의 맛, 저온 압착 기름

좋은 기름의 비결 세 번째는 깨를 볶는 방식이다. 곡물은 높은 온도에서 오랫동안 볶을수록 기름의 양이 늘어나고 고소한 맛도 높아진다. 하지만 살림농산은 높은 온도에서 오랫동안 볶지 않는다. 건강을 해치는 기름을 만들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곡물이 타면서 발생하는 벤조피렌은 국제암연구소에서 1등급 발암물질로 분류할 정도로 위험하다. 대부분의 기름이 200도 이상의 고온에서 볶지만 살림농산은 참깨 160℃~180℃, 25~30분, 들깨 150℃~155℃, 15~20분 정도 볶는다. 
“저온에서 볶아 기름의 양은 조금 적더라도 정성스레 천천히 볶아 안심하고 먹을 수 있는 기름을 생산해요. 저온압착 기름을 짜는 36년 경험의 노하우가 차곡차곡 전수되는 것도 살림농산만이 가진 경쟁력이에요.” 라고 김미숙 총무부장은 말한다.

 

기후위기, 농촌의 고령화가 가져온 어려움

2020년 54일간의 기록적인 장마와 폭우는 우리 농촌에 막대한 피해를 안겼다. 특히 깨 생산농사의 피해가 커 2019년 대비 2020년 참깨 수확량은 47.7%가 감소했다. 국산 참기름은 생산량이 급감하고 가격이 크게 올라 부득이하게 생협도 수입산 참깨로 만든 참기름을 공급하기 시작했었다. 예측 불가능한 기후위기 문제는 여전히 진행 중이고, 생산지는 원재료를 안정적으로 확보하는 게 큰 과제다.
농업기술 발달로 농업현장도 기계화 작업이 늘고 있지만 깨 농사는 오로지 사람 손에만 의존한다. 씨를 뿌리고 수확 후 말리고 터는 작업까지 시간이 많이 걸리고 자동화할 수 없는 고된 과정이다. 게다가 농촌은 고령화되어 일할 사람을 찾는 것도 쉽지 않다.

 

  ▲참기름, 들기름 가공산지 '살림농산(강원도 원주)'                  ▲저온압착으로 기름을 짜는 착유실                                          ▲살림농산 생산품

 

 

우리 농촌을 지키고 우리 먹거리를 지키는 길

기후위기가 농업 환경에 큰 영향을 미치면서 생산원가가 저렴한 수입농산물이 늘어나고 있다. 이런 현실에서 살림농산이 우직하게 국산 참깨, 들깨만 고집하는 데에는 또다른 이유가 있다. 그것이 우리 농촌을 지키고, 곡물자급률을 높여 우리 먹거리를 지키는 일이라 믿기 때문이다.

 

정직한 노력의 결실, 늘어가는 품질 인증

참기름, 들기름 가공산지는 HACCP 인증이 필수조건이 아니지만 살림농산은 보다 믿을 수 있는 제품을 생산하고 소비자의 신뢰를 얻고자 2022년 11월 HACCP 식품안전관리인증기준을 획득했다. 그뿐만 아니라 IOS 22000 식품안전 인증, 2023년 올해는 강원도지사 품질인증, 전통식품인증을 받아 대외적으로도 공신력을 얻었다.

 

지역과 함께 하고자 하는 살림농산의 꿈

살림농산은 2022년 강원도 횡성에서 원주로 생산공장을 이전했다. 1천여 평 부지 위에 새롭게 공장을 신축하고 엄격한 관리하에 좋은 품질의 제품들을 생산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원주로 이전하면서 지역과 함께 상생할 수 있는 건 무엇이 있을까 고민하다가 지역의 생산자 지원, 예술가들과 연대하는 활동을 하고 있다. 참기름, 들기름 병에 부착된 포장지에는 원주 지역 미술가들의 작품이 들어가 있다. 

 

참기름, 들기름 보관은 이렇게

참기름은 항산화 물질인 리그난 성분이 산패를 막아줘 건조하고 서늘한 곳에 보관하면 된다. 하지만 들기름은 다량 함유된 리놀렌산 성분이 산패할 수 있어 냉장보관하는 게 좋다. 두 기름 모두 맛있게, 건강하게 먹는 첫째 비결은 개봉 후 되도록 빨리 먹는 것이다. 볶은참깨는 실온에 보관해도 되지만 고온 다습한 계절엔 냉동 보관하는 게 좋다.
살림농산 이태조 상무는 말한다. “참기름의 병 아래쪽에 침전물이 몸에 안좋은 거 아니냐, 먹으면 안되는 거 아니냐고 묻는 분들이 많아요. 사실 그건 깨의 속살이에요. 드셔도 괜찮아요. 기름이랑 섞어서 드시면 돼요.”

 

국산 참기름, 들기름을 애용하는 소비자는 또다른 생산자

마지막으로 행복중심생협 조합원들에게 전한다. “예전보다 참기름, 들기름 가격이 많이 올랐어요. 그럼에도 꾸준히 국산 기름을 애용해주는 소비자가 있어서 감사하고, 일하면서 보람도 많이 느껴요. 믿고 찾아주는 소비자분들은 또다른 도시의 생산자라고 생각합니다. 그분들 덕분에 생산지가 지속가능한 거니까요.”

 

글·사진 : 홍보전문위원 행복중심서울생협 김혜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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