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중심생협 연합회

생산자 이야기

행복한 닭이 건강한 달걀을 낳아요

2023-07-10 13:08:22.0 juhyun22

행복한 닭이 건강한 달걀을 낳아요

동물복지 유정란 생산지 삼흥농장

 

삼흥농장 국중인 대표와 정미애 부부

 

동물복지 유정란 생산지 삼흥농장

마트의 달걀 코너에 가면 다양한 종류의 달걀들이 수북히 쌓여 있다. 무엇을 먹인 달걀이라는 걸 차별점으로 내세우는 포장지들이 눈에 띄기도 한다. 우리의 선택 기준은 뭘까? 가격, 크기, 사료, 산란일자... 또하나 어떻게 생산했는가?’도 빠질 수 없다. 사육환경은 동물복지와 연결된다. 편안한 환경에서 건강한 사료를 먹고 자란 닭이 생산하는 동물복지 유정란. 행복중심생협에 동물복지 유정란을 공급하고 있는 경기도 여주 삼흥농장을 찾아갔다.

 

20여년 지켜온 고집, 안전하고 건강한 유정란

삼흥농장국중인 대표는 20여년 전 귀농을 결심하고 달걀을 생산하기로 마음 먹었다. 달걀 판매 일을 하셨던 아버지의 영향으로 산란계 농장을 운영해 보겠다는 결정은 쉬웠다. 하지만 농장을 안정적으로 운영하기까지 7년 정도는 시행착오를 겪고 헤매기도 하면서 어려움이 많았다. 달걀 생산을 시작한 처음부터 유정란을 생산했다. 일반 달걀이 아닌 유정란을 선택한 이유는 안전하고 건강한 먹거리를 생산하고 싶은 욕심 때문이었다.

 

자연수정을 위해 암탉과 수탉은 18:1 비율로

유정란은 암닭과 수탉의 자연교미로 낳은 달걀이다. 부화시키면 닭이 되니 일반 달걀(무정란)과는 다른 생명이 깃든 달걀이라 할 수 있다. 삼흥농장 축사 내에는 암탉과 수탉의 비율을 18:1로 유지하며 자연수정이 되도록 하고 있다. 수탉은 몸집도 크고 기세등등하다. 질병에 걸리지도 않고 건강하다.

 

전체 달걀 생산량 중 약 4% ‘난각번호 2

달걀 겉면에 찍혀있는 10자리의 숫자 기호는 3가지를 의미한다. 맨 앞의 네 자리는 산란일, 가운데 다섯자리는 생산자 고유번호, 그리고 마지막 한 자리 숫자는 사육환경을 말한다. 삼흥농장 유정란에 찍힌 마지막 난각번호는 ‘2’. 축사 안의 평사에서 자유롭게 움직이며 자란 닭의 알이라는 뜻이다. 우리나라 전체 달걀 생산량 중 불과 4% 정도 밖에 안되는 동물복지 유정란이다. 난각번호 4번의 달걀이 1평당 20마리 A4 종이만한 비좁은 케이지 안에서 자라는 반면 2번 달걀은 1평당 9마리가 평사를 자유자재로 오가며 자란다.

무창계사에서 안전하게 키우는 닭

최근 몇 년새 닭을 키우는 환경은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 기후변화와 조류독감 때문이다. 한 여름의 폭염, 기습 폭우, 또 겨울 매서운 한파로부터 닭들을 안전하게 보호하는 건 중요임무다. 한때 개방형 축사를 해봤지만 기후변화와 여러 바이러스성 질병으로부터 무방비 상태일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삼흥농장은 닭들을 안전하게 보호할 수 있는 무창계사(창문이 없는 환경 자동조절 계사: 외부 소음, 오염공기, 열이 계사 안으로 들어오지 못하도록 차단하고 환기 휀을 이용해 공기 순환시킴)를 선택했다. 안의 공기를 외부로 빼내는 거대한 휀이 작동하며 신선한 공기를 일정하게 유지하게 하니 일반 산란계 농가에서 흔히 발생하는 냄새도 나지 않는다.

 

삼흥농장은 현재 병아리 35백여 마리를 포함한 약 8천여 마리의 닭을 키우고 있다. 매일 아침 7시부터 약 2시간 정도 알을 수거한다. 오후에는 농장 밖에 있는 선별장으로 이동해 알을 세척하고 포장하는 작업을 한다. 하루 평균 5천 개 정도의 유정란을 생산해 생협과 농협, 백화점 등에 출하하고 있다.

 

NO 합성항생제, 항균제, 성장호르몬제

동물도 인간과 마찬가지로 생명체로서 존중받고 행복하기 위한 기본 조건을 보장받는 것이 동물복지. 닭은 횃대에 오르고 모래 목욕을 하려는 본능적인 욕구가 있다. 그런데 칸칸이 나뉜 좁은 닭장에서는 그런 욕구를 해결할 수 없다. 사실 우리나라에서 사육되는 많은 닭들은 그런 조건을 보장받지 못하고 비좁은 닭장에 갇혀 사육되고 있다. 반면 삼흥농장은 HACCP(안전관리인증기준) 적용농장에서 닭이 마음껏 움직일 수 있는 평사, 홰를 설치해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게 하고 합성항생제, 항균제, 성장호르몬제를 급여하지 않고 키운다.

자유로이 모래목욕하고 건강하게 자라요

닭에게 생기는 진드기 와그모를 털어내기 위해선 모래목욕이 꼭 필요하다. 삼흥농장에선 왕겨와 코코넛 껍질을 평사 바닥에 깔아서 닭들이 모래목욕을 충분히 하게 한다. 분뇨와 섞인 바닥재는 발효가 돼 지역 농가의 퇴비로 활용되기도 했다. 비좁은 케이지에 갇혀 자라는 닭들의 와그모를 없애기 위해 손쉽게 살충제를 사용했던 농가들과는 다른 점이다. 몇 년 전 살충제 달걀 파동이 발생한 것은 그런 사육환경 때문이었다.

 

아기를 키우듯 소중한 생명으로 대하는 마음

알에서 태어난 지 하루된 병아리들이 농장에 들어와 130~150일 정도가 되면 판매 가능한 유정란을 생산한다. 산란을 시작한 닭은 1년 정도 알을 낳는다. 닭을 키우는 것은 아기를 키우는 것과 같다. 말 못하는 아기처럼 병아리 때는 질병에 걸리기 쉬우니 세심하게 신경쓰고 보살펴야 한다.

건강한 닭으로 키우려면 병아리를 튼튼하게 키우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국중인 대표는 말한다. 가격이 조금 비싸도 유황을 비롯해 면역력 강화에 좋은 사료 5~6가지를 섞어 먹여요. 닭을 건강하게 키우기 위해서죠. 사람과 마찬가지로 잘 먹고, 평사에서 열심히 움직이면 질병이 와도 가볍게 앓고 금세 이겨내요.”

 

철저한 질병 예방 관리를 최우선으로

농장에서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조류독감이다. 보통 9월에서 4월까지가 조류독감 위험기간이기 때문에 철저하게 예방관리를 한다. 외부인의 출입도 엄격하게 제한한다. 조류독감에 걸리면 집단 폐사의 위험이 있고, 6개월간 농장이 폐쇄되기 때문에 막대한 피해를 고스란히 떠안을 수밖에 없다. 삼흥농장은 질병 관리를 위해 필수 백신 투여와 엄격한 소독관리를 한다. 여기에 외부와 동떨어진 지리적 위치 때문인지 아직까지 한번도 조류독감 감염 피해를 입은 적은 없다.

 

닭은 계절 변화에도 민감하게 반응한다. 땀샘이 없는 닭이 한여름에 체온 조절을 잘 할 수 있게 영양제를 투입한다는 국중인 대표는 말한다. 여름에는 더위를 먹은 닭들이 물을 많이 먹기 때문에 달걀 흰자가 퍼지기도 하고 껍질이 얇아지기도 해요. 또 닭이 성장하면서 껍질이 얇아지기도 하구요. 조합원분들이 그런 부분은 이해해 주셨으면 해요.”

 

힘들지만 키우는 보람이 있고 소중한 일

산란계 농장은 하루도 쉴 수가 없다. 매일 알을 낳기 때문에 알을 수거하고 농장을 관리해야 한다. 그래서 겪는 가장 큰 어려움은 인력 부족이다. 힘든 일을 하려는 사람들이 없으니 농장에서 일할 사람을 구하는 게 쉽지 않다. 지금은 국중인 대표의 아내와 딸까지 나서 농장 일을 돕고 있다. 농장 일에 365일 매여있는 게 힘들지만 그래도 보람을 느낄 때도 많다고 한다. 아내 정미애님은 병아리가 참 예뻐요. 닭이 사람이랑 습성이 비슷해요. 아기 때는 귀엽고 사춘기가 되면 천방지축이었다가 성인이 되면 노련해지는 것처럼 닭도 그렇거든요. 이름을 불러주면 저를 쫓아다니기도 해요. 힘들지만 키우는 보람이 있어요. 의미있고 소중한 일이에요

 

삼흥농장에서는 현재 행복중심생협에 동물복지 유정란과 구운 유정란을 공급하고 있다. 구운 유정란은 자체적으로 갖춘 기계화 시설에서 36시간 이상 구워 생산하는데 날 유정란보다는 수익률이 떨어진다. 굽는 동안 껍질이 깨지거나 제대로 구워지지 않아 상품성이 없어 손실되는 달걀이 생기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꾸준히 찾는 조합원들이 있어 일반 시장보다 행복중심생협에 저렴한 가격에 공급하고 있으니 좀 더 많은 분들께 사랑받았으면 하는 마음이다.

 

안전한 먹거리는 생산한다는 자부심

마지막으로 국중인 대표는 행복중심생협 조합원들에게 전한다. “안전한 먹거리를 생산한다는 자부심을 느껴요. 농가는 안전한 먹거리를 생산하고 조합원분들은 행복하게 드시면 감사하겠습니다. 항상 노력하는 농가가 되겠습니다.”

 

·사진 : 홍보전문위원 행복중심서울생협 김혜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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