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중심생협 연합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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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 서평 9호

2017-09-22 13:48:34.0 011alsrud

마트가 우리에게서 빼앗은 것들

 

 

우리도 한 때는 마트를 배회하는 소비자였고, 지금도 생협에 없는 생활재를 사기위해 마트를 방문한다. 가끔 가는 마트는 각양각색의 물품을 즉시에 구매할 수 있는 편리함과 선물처럼 느껴지게 만드는 증정상품과 1+1상품들이 즐비해 있다. ‘도대체 어떻게 저런 가격에 이런 물건이 나올 수 있지?’ 라는 물음이 절로 나오는 저렴한 상품들을 끝도 없이 쌓아두고 우리를 유혹한다. 유혹이라는 단어를 쓴 것은 ‘거기에 넘어가지 않겠다.’라는 다짐이기도 하지만 어디 생각처럼 그러한가. 형형색색의 물건에 현혹되기도 하고 ‘저렴한 가격’에 넘어가 상품을 집어 들지만 그냥 사지는 않겠다며 깐깐하게 생산지를 살피고 성분을 살핀 후 물건을 살 때도 종종 있다.

딱 이 정도 까지가 마트에 대한 생각이고 경험이었던 것 같다. 그렇다면 이제부터 생태철학자의 시선으로 마트에 대해 다층적으로 살펴보자.

 

이 책은 마트가 우리의 욕망을 어떻게 조종하여 소비를 유도하는지, 마트 중심의 불합리한 사회 시스템이 우리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마트가 개인의 삶을 어떻게 파괴하고 지역사회와 공동체, 자연까지 파괴하는지 다양한 사례를 들어 설명하고 있다.

 

먼저 저자는 우리가 소비하는 물건은 어디에서 왔으며, 어떤 배치 속에 있는가? 라는 질문을 던진다. 이 질문은 우리가 산 물건(생활재)이라는 결과물에 생각을 멈추지 말고, 생산 과정을 살피고 생산자의 삶과 생산지 또는 생산 환경(공장식 축산)을 돌아보고 자연 생태계의 순환 흐름 속에 있는 생산물과 소비자의 관계를 생각해 보자는 취지다. 생활재는 그냥 하늘에서 뚝 떨어진 것이 아니다. 생산자가 아침 저녁으로 정성을 다해 돌보고 수확해서 내 놓은 멋진 선물로 우리에게 주어진다. 어떤 경우에는 날씨가 너무 더워, 어떤 경우에는 비가 많이 와 생산물이 작거나, 맛이 덜한 경우도 생긴다. 하지만 이럴 때에도 생산물과 생산자, 소비자는 그 자연 속에서 순환하고 있다. 생활재를 만드는 생산자의 수고와 노력을 보고 소비자는 생산자가 만든 물건을 신뢰하며 서로 공생하고 선순환 할 수 있는 가치를 만들어 나간다. 생협이 생활재 포럼이나 생산지 방문 등을 통해 생산자와의 소통을 중요시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저자는 철학자답게 마트에서 물건을 사는 개인의 ‘욕망의 흐름’을 주시한다. 마트는 삶의 배치가 고정되어 쉽게 변화를 만들 수 없는 현대인에게 소비를 통해 온갖 스트레스를 해소하라고 말한다. 이 물건을 사면 행복해진다고, 너무 싸니까 지금이 아니면 이 가격에 살 수 없다며 지금 꼭 사야 한다고 미디어나 인터넷에서 끊임없이 속삭이고 있다. 개인화 된 소비자는 시간과 정성이 요구되는 공동체적 삶(관계)이 아닌 쉬운 소비를 통해 왜곡된 욕망을 충족하려 한다. 또한 마트는 통합된 자본주의 축소판이라고 하는데, 통합된 자본주의는 ‘외부 소멸’의 상황으로 드러낸다. 마트는 도시 사회의 자원과 부, 에너지 등을 블랙홀처럼 빨아들이면서도 지역 사회에 기여하는 바가 없다. 마트가 생기면 모든 소비 행위가 마트를 중심으로 이루어지면서 주변의 시장이며 골목 상권이 존폐위기에 처하게 되는 이유가 여기 있다. 그리고 마트의 싼 가격이 잘못된 생산 방식(유전자 조작 농산물)이나 불합리한 착취(마트 노동자, 생산자, 제3세계)로 이루어 진 것은 아닌지에 대해 생각해 보라고 한다.

 

아파트와 마트로 획일화되고 개인화된 현대인의 삶을 관계가 풍요롭고 다양성이 넘치는 삶으로 어떻게 바꿀 수 있을까? 저자는 협동조합, 프리마켓, 전통시장의 형태로 골목의 순환적 생태계를 복원하고, 사회적 경제가 연결된 지역 경제생태를 조성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 중 생협이 그런 공동체 경제의 구심점이 되어야 하고, 소비만능주의가 아닌 관계중심의 색다른 판을 짜는 것이 시작점이자 토대가 될 수 있다고 한다. 소비는 단순히 물건을 사는 것이 아닌 가치를 사고, 정성을 사고, 인격을 사는 과정이다. 우리의 소비가 돈을 쓰는 것에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지역과 공동체, 그리고 우리가 살고 있는 골목 사이사이에서 화폐와 자원, 부의 자유로운 순환이 되길 바란다. 소비라는 행위가 적극적인 사회참여로 연결되는 지점에서 우리는 더욱 많은 다양성과 가치를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한다.

 

임소희 서로살림 조합원

 

 

인문학 책읽기 모임, N-1은 서로살림농도생협의 5년차 소모임으로 조합원들이 혼자 읽기 어려운 인문학 책을 함께 읽으며 공통의 지혜를 모으고 공동체와 생태적 삶에 대해 고민하고 이야기 나눕니다. 우리 생협의 조합원이며 문래동에서 철학공방 ‘별난’을 운영하고 있는 철학하는 부부(신승철. 이윤경)의 길잡이로 모임이 진행됩니다. 각자 준비해온 풍성한 간식-먹을 것의 힘-과 책을 매개로 한 대화-수다의 힘-로 생협에서 가장 발랄하고 시끌벅적하게 이 책 저 책을 넘나들며 서로의 관계를 넓혀가고 있습니다.

 

▶ 모임명 ‘N-1’은 N명의 사람들이 하나의 책을 읽으며 중심으로 귀결하지 않는 N개의 이야기를 나누고, 다양성(N)을 추구하지만 획일주의와 전체주의는 제외(-1)한다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 <철학자 들뢰즈의 언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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